안녕하십니까?
2·18안전문화재단 이사장 김태일입니다.
- 우리 재단은 2003년 2월 18일 대구지하철중앙로역화재참사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하자는 재난피해자들과 지역사회, 국민들의 간절한 마음을 실현하기 위해 출범하였습니다.
- 제가 희생자유가족들이 모인 재단 설립 발기인 총회에서 2·18안전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선출된 것이 2010년 12월24일이었습니다. 이 날짜를 잊을 수 없는 것은 이 날이 크리스마스 이브였기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그 자리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의 감격스러운 얼굴 때문이었습니다. 그 날은 정말 충만감으로 가슴이 벅찼습니다. 2003년 2월 18일의 고통을 넘어설 수 있는 어떤 희망의 단서를 찾았다는 기대에 다들 마음이 부풀어있었습니다.
- 그러나 재단 설립은 그 이후에도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기약 없이 지연되었고 덧없이 세월을 흘려보내야 했습니다. 그러다가 재단 설립은 새로운 기회를 맞았습니다. 지방자치 민선 6기 대구시정이 시작되면서 권영진 시장이 재단 설립 문제를 풀어보자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희생자유가족과 대구시 사이에 오랜 세월 켜켜이 쌓이고 덧난 상처가 쉽게 아물 수는 없었습니다. 그로부터도 몇 년의 시간이 지나 재단 설립에 대한 의견이 모였고, 2016년 3월 11일 국민안전처가 재단 설립을 허가하였습니다. 대구지하철화재참사가 난지 13년이라는 시간이 속절없이 지난 때였습니다.
- 우리 재단의 비전은 ‘안전한 세상을 우리 손으로’입니다. 이 비전은 희생자유가족 자신들이 만든 것입니다. 이 말에는 사고로 피해를 입은 분들의 절실함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 재단은 이 간절한 마음을 세상에 알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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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
- 그렇게 하자면 우선 우리는 아픈 과거를 기억해야 합니다. 그것은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일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이에게 미래는 없다고 하는 말처럼 지난 날 우리가 겪었던 참혹한 일을 잊지 말아야 안전한 미래를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 재단은 이에 필요한 여러 가지 추모사업을 할 계획입니다. 추모사업은 기억을 되살리되 기억을 재구성하는 것입니다. 재단은 우리 사회가 2003년의 고통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 그것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겠습니다.
- 치유
-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재난피해자들의 마음에 새겨진 상처를 아물게 하는 것입니다. 재난피해자들에게는 세월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은 깊은 마음의 상처가 있습니다. 야속하게도 우리는 이 아픔을 그냥 내버려두었습니다. 애써 외면했습니다. 부끄러운 일입니다. 재난은 언제 우리 자신의 일이 될지 모릅니다. 재난피해는 남의 일이 아닙니다. 재난피해자들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일에 소홀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우리 재단은 재난피해자들의 트라우마 치유에 노력을 다 할 것입니다.
- 성장
- 과거의 고통과 당당하게 대면하고, 그 아픔을 딛고 일어나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 각자가 겪었던 끔찍한 불행에 대해 개인적으로 슬퍼하고, 후회하고, 분노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그것을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게 되면 우리는 성장을 하는 것입니다. 재난피해자들과 우리는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일이 개인의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인 동시에 사회과 국가가 해야 할 일이며 공동체가 감당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을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도록 안전문화교육에 힘을 쓰겠습니다.
- 참여
- 우리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안전한 세상을 우리 손으로’ 만들기 위해 직접 행동해야 합니다. 재난피해를 직접 겪은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우리의 이웃들이 함께 손 잡고 나서야 합니다. 재난으로부터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일은 국가가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일입니다. 그러나 국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재난은 그 긴급성과 다양성 때문에 무엇보다 사회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생활 공동체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 우리 재단이 사업 영역으로 생각하고 있는 (1) 기억, (2) 치유, (3) 성장, (4) 참여는 단계적 발전 과정이기도 합니다. 잘 지켜봐주시고, 채찍질해 주시기 바랍니다.
- 2·18안전문화재단 이사장
- 영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 김태일